[백년명가①] 침이 꼴깍 넘어간다 ‘맛있는 떡갈비’

[백년명가①] 침이 꼴깍 넘어간다 ‘맛있는 떡갈비’

[일간스포츠] 입력 2009.05.05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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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담양이나, 광주 송정리에 가면 떡갈비 굽는 냄새에 침이 꼴깍 넘어간다. 이곳 음식점들은 궁중음식이며, 부잣집 음식이었던 떡갈비를 대중화시킨 주역들이라고나 할까. 시루떡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떡갈비, 고소한 고기굽는 냄새를 따라가보니 거기에는 수십년째 떡갈비 하나로 명성을 얻은 집들이 있었다.


▲신식당(전남 담양)
 
담양에서 가장 오래된 떡갈비 집이다. 1901년 문을 열어 며느리 3대를 잇고 있다. 남광주(작고)할머니-신금례(작고)할머니에게 이어받은 이화자(65)할머니가 40년째 운영하고 있다. 담양지방에서 '떡갈비'라는 이름을 처음 사용한 곳이기도 하다.

이 집의 특성은 갈빗살을 곱게 다진다는 것. 전북 익산과 전남 목포 등지에서 공급 받은 한우 갈비에서 갈빗살을 발라내 다진 후 잘라낸 갈비뼈와 뭉친다. 크기는 가로·세로 약 5㎝, 두께 3㎝정도로 계산대 앞에 고기를 다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8명이 다지는데 도마와 칼은 두달 정도면 망가진다고 한다.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만들어진 떡갈비는 냉장고에서 3~4일 정도 숙성을 시킨다. "처음부터 양념에 재어 놓으면 부드럽지만 한우 본연의 고소한 맛이 떨어집니다. 또 숙성을 하지 않으면 구울 때 떡갈비가 풀어져버려요." 이화자씨의 설명이다.

간장을 주 원료로 하는 소스에는 파인애플·배·참기름·생강·더덕과 정종이 들어간다. 이 소스를 참숯불에 10여분간 구우면서 3~4차례 발라주면 떡갈비가 완성된다. 아쉬운 점은 갈빗살을 다 발라버려 뜯어 먹는 재미가 없다.


▲덕인관(전남 담양)

장막래(76)할머니가 1963년 문을 열었다, 3년전까지만 해도 장할머니가 직접 떡갈비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며느리에게 물려주고 카운터만 지키고 있다. '담양 떡갈비의 원형을 가장 많이 간직하고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고기도 한우 암소 Ƈ+'등급만 사용한다고 자랑이다.

"담양 떡갈비는 원래 다지질 않았다"고 장 할머니가 주장한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집은 신식당과 만드는 방법에 큰 차이가 있다. 갈비뼈에 붙은 갈빗살에 칼집을 낸 후 작게 자른 안창살과 갈빗살을 뭉쳐 내놓는다. 물론 뭉칠 때 대파를 송송 썰어 넣고 양념을 하는 것도 다른 점이다. 또 손님이 원하면 숯불로 굽기도 하지만 주로 가스불로 굽는다. 은은하게 구울 수 있어 떡갈비 속의 수분이 나 육즙이 덜 빠져나간다고 한다. 그런지 부드럽고 씹는 맛이 좋다.

원래는 한정식집의 한 메뉴로 내놓았는데 당시 담양 군수 등 지역의 기관장들이 "맛있다"는 평가를 듣고 1984년 완전히 떡갈비집으로 변경했다.

▲화정식당(광주시 송정리)
 
전국 유일의 떡갈비 골목이 있는 송정리에서 가장 오래된 집. 1978년 개업했으니 올해로 31년째. 10여집이 서로 원조라고 주장하고 있어 아예 간판에 사업자 등록증을 붙여놓았다.

송정리 떡갈비 골목의 특징은 바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혼합해서 만든다는 점이다. 음식점별로 다르지만 이 집은 한우 80%와 돼지고기 20%를 섞는다고 한다. 31년째 떡갈비를 만들고 있는 이영순(63)씨는 "소고기로만 만들면 퍽퍽해 맛이 떨어진다. 돼지고기를 넣으면 씹는 맛도 부드럽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소고기 부위는 양지를 비롯해 갈빗살 등을 쓰고, 돼지고기는 주로 목살을 사용한다. 예전에는 갈비뼈를 붙였지만 단가를 맞추기 힘들어 지금은 없앴다. 또 담양과 다른 점은 돼지뼈 국물이 나오는데 기름기가 거의 없어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해장하기에 그만이다.

소스는 간장에다 물엿·설탕·후추·생강 등을 섞는다. 숯불에 구을 때 최대한 적게 소스를 바르는데 "떡갈비는 고기맛으로 먹어야지 양념 맛으로 먹으면 안된다"는 것이 이 사장의 설명이다.


▲새송정 떡갈비(광주시 송정리)

문을 연 지는 28년째다. 주인 오명숙(57)씨가 화정식당과 마찬가지로 송정리 떡갈비의 대모인 최처자 할머니에게서 배웠다.

처음에는 한우고기(주로 양지)와 돼지고기(목살)의 비율을 9대1로 했지만 1997년 IMF이후 반반으로 바꿨다고 한다. 그래도 떡갈비 맛은 다른 집과 별반 차이가 없다.

이 집은 떡갈비를 싸먹는 채소가 특별나다. 상추와 깻잎이 보통인데 이 집은 채반 가득 10여가지 채소가 나온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데 황궁채를 비롯해 오가피·사슴뿔 질경이· 용설채·당귀 등으로 송정리 인근 3300㎡(약1000평)의 밭에서 직접 재배한 것 들이란다. 쌈 채소에 따라 다양한 맛과 향을 접할 수 있다.

▲송월관(경기도 동두천시)

지금은 고인이 된 강옥매 할머니가 해방직후 문을 열었다고 한다. 지금은 7째 아들 박용달(60)씨와 며느리 송성자(60)씨가 운영하고 있다. 송성자씨는 1973년 시집 오자모자 앞치마를 두르고 나와 시어머니의 비법을 이제까지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할머니는 고향인 전주에서 배운 방법으로 떡갈비를 만들었다는데 담양의 덕인관 떡갈비랑 비슷하다. 아마 장막래(정읍 출신)씨와 고향이 인접한 탓인 듯 하다. 한우와 육우의 갈비뼈에 붙은 살을 모두 발라내지 않고 붙은 그대로 사용한다. 다지지 않고 잘게 잘라낸 고기를 양념과 버무런 후 반나절 정도 숙성해서 연탄불에 구워낸다.

특징은 양념을 만들 때 간장을 주재료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 송성자 씨는 "대신 배 등 과일로 만든 소스에 소금으로 간을 맞추는데, 깔끔한 맛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떡갈비가 고체연료로 데운 도자기 쟁반에 나온다. 그래서 다 먹을 때까지 따뜻해 떡갈비의 부드러운 맛을 끝까지 느낄 수 있다. 양장피 샐러드나 오이지 등 톡 쏘는 맛의 반찬이 느끼함을 줄여준다.

▲송추고을(경기도 양주시)

1998년 문을 열 때는 갈비집이었지만 2년전부터 떡갈비를 팔기 시작했다. 주방장인 양준(39)씨가 올 초에 SBS-TV '생활의 달인'에서 전국의 떡갈비 명인들과 한판 붙어 평가단으로부터 "맛이 가장 뛰어나다"난 달인으로 선정되면서 소문이 났다.

맛의 비밀은 소스에 있다. 자세한 것은 영업비밀이라고 밝히지 않았지만 마늘·소금·참기름·배·양파 등으로 만든다. 여기에다 양 주방장이 생갈빗살을 먹어본 후 질긴 정도에 따라 양념을 바르는 것이 또 다른 비결이다.
 
발라낸 국내산 육우 갈빗살을 일주일 가량 숙성시킨 뒤 파 등 채소를 썰어넣어 떡갈비를 만든다. 양준씨는 "떡갈비는 나쁜 부위를 섞은 것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그렇게 하면 손님들이 더 빨리 알아차린다. 다른 부위도 섞어 봤는데 맛이 떨어진다. 오직 갈빗살만 사용한다"고 밝혔다. 오전에 양념작업을 끝낸 고기의 신선도 때문에 오후 8시 이후에는 주문을 받지 않는다.

★뜨거운 맛 유지 방법

고기는 뜨거워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떡갈비도 마찬가지이다. 식으면 육질이 딱딱해져 별다른 맛을 못느낀다.

그래서 떡갈비 집마다 온기를 유지하는 나름의 방법을 가지고 있다. 담양의 '신식당'은 접시 위에 옥을 깐다. 불로 즉석에서 데워 준 적도 있지만 고기가 쉽게 타 버려, 현재는 옥을 뜨겁게 삶아 쓰고 있다. 불 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따뜻함을 유지해준다. 옥이 몸에 좋다는 말에 '슬쩍'하는 손님들도 있다고.

'덕인관'은 1980년 대 부터 무쇠 판을 사용해오고 있다. 처음엔 일반 접시를 사용했는데 식은 떡갈비를 다시 데워달라는 손님들 요청을 하나 둘 들어주다보니, 주방에서 접시끼리 섞이기 일쑤였단다. 번호표도 붙여 봤지만 헷갈려 결국 무쇠판 위에 고기를 올리고 휴대용 가스버너에 구워 먹도록 했다. 끝까지 뜨겁게 먹을 수 있다.

'송월관'은 원하는 손님에 따라, 친환경 도자기 접시에 내놓는다. 내부에 고체연료를 넣어놓아 도자기를 데워준다.수분이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바닥엔 양파를 깔아주는 것이 센스.

광주 송정리 떡갈비 골목에는 일반 접시를 사용하는 곳이 많다. 돼지고기가 섞인 것이라, 소 떡갈비가 식었을 때 보다는 부드럽다. 그래도 역시 ‘떡갈비는 뜨거울 때 먹어라’라는 것이 주인들의 하나같은 목소리다.

글·사진=이석희 기자· 이상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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