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말 경산, 2차 1라운드서 삼성에 지명된 대졸 신인 윤성환은 팀 마무리 훈련에 합류했다. 스타급 투수들이 즐비했다. "전병호 코치님, 김현욱 코치님, (임)창용이형, 오상민 선배…. 1군 엔트리에 포함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주눅든 신인의 귀에 의욕을 불어넣는 한 마디가 들려왔다. "이름 값은 없다. 선후배도 없다. 실력에 따라 기용하겠다." 수석코치로 부임한 선동열 현 삼성 감독의 말이었다.
14일 대구구장서 만난 윤성환은 "사실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되고 개막전 엔트리에도 내 이름이 있었다. 놀라운 일이었다"고 5년 전 기억을 더듬었다. 하지만 선 감독은 처음부터 그의 재능을 알아봤다. 선 감독은 "공에 힘이 있었다. 잘 키우면 좋은 투수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첫 시작이 불펜이긴 했지만 연차가 쌓이면 선발로 써야겠다는 판단도 세웠다"고 회상했다.
2004년, 신인 윤성환은 4승 7패 1세이브 17홀드 평균자책점 4.84를 기록하며 삼성 불펜의 핵심 역할을 해냈다. 윤성환에게는 '선동열의 첫 작품'이란 별명이 붙었다. 군복무(2005~2006)를 마치고 돌아온 2007년에는 3승 8홀드 평균자책점 1.04로 더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윤성환의 기량을 확인한 선 감독은 2008년 그의 선발 전환을 '허락'했다. 선발전환 첫 해 10승(11패 평균자책점 3.92)으로 기준점을 넘어선 윤성환은 2009시즌에는 삼성의 에이스(14일 현재 11승 3패 평균자책점 4.23)로 성장했다. 올 시즌 첫 전구단 상대 승리를 따내며 다승왕 경쟁에도 뛰어들었다. 선 감독은 "예전에는 직구와 커브 뿐이었다. 이제는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도 던지며 상대를 현혹시킨다. 직구도 구위가 한층 좋아졌다. 견제와 번트 수비 등 고쳐야할 부분도 있지만 에이스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꼭 만나야할 사람들이 만났다. 선 감독의 계획대로 성장한 윤성환은 '첫 작품'에서 '명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윤성환이 등판하는 날에는 투수운용이 편해진다"는 선 감독은 팀의 13년 연속 포스트시즌의 꿈을 키워나간다.
대구=하남직 기자 [jiks7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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