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의 외줄위에서] 변희재와 프로의 윤리

    [방시혁의 외줄위에서] 변희재와 프로의 윤리

    [일간스포츠] 입력 2009.08.16 19:16 수정 2009.08.16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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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김민선씨가 미니홈피에 게시한 글에 대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체 에이마트의 소송으로 온 나라가 떠들석합니다. 아시다시피 여기에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과 영화배우 정진영씨가 기름을 부었고 대표적인 논객들인 진중권씨와 변희재씨가 불을 질렀죠. 오늘은 이 논쟁 와중에 변희재씨가 김민선씨와 정진영씨를 비판한 발언을 가지고 얘기해보고 싶네요.

    저는 서울대 미학과 91학번입니다. 진중권씨의 후배이자 변희재씨의 선배이죠. 두 분 다 제가 학부 시절에 잘 알던 분들은 아니지만 저도 전공이 전공인데다 워낙 두 분이 대표적인 논객들이시다 보니 두 분의 글을 접할 기회는 많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많은 글들을 접하면서 내린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변희재씨가 제 후배인 것이 부끄럽습니다. 오해의 소지를 피하기 위해서 말씀드리자면 이 글은 변희재씨의 신념과 사상에 대한 글은 아닙니다. 프로로써 그 분의 행태가 올바르지 못하기에 직종은 다르지만 같은 프로로서 부끄럽다는 겁니다.

    사실 변희재씨가 2004년 9월 24일 '기자가 몸 팔아 스타 인터뷰하는 현실'이라는 글을 기고했을 때도 정확한 사실 관계에 대한 확인도 없이 추측으로 쓴 듯한 글을 읽으면서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저만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닌지 그 글은 엄청난 논란을 일으켰고 결국 변희재씨는 10월 15일 '여기자협회 전체 회원들과 패션지와 여성지 기자 분들에게도 사과한다'며 사과문을 브레이크 뉴스에 올렸죠.

    이번 논쟁 과정에선 '김민선은 물론 정진영조차도, 사회적으로 파장을 미칠 만한 자기 의견을 개진할 지적 수준은 안 된다'는 말로 본인 역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는데요. 혹 변희재씨가 저보고도 같은 말씀을 하실까 봐 말씀드리자면 저는 인문대를 차석으로 졸업했습니다. 변희재씨도 대학 졸업 이후의 학력이 따로 없는 걸로 알고 있으니 저에게 지적 수준 운운하시지 않길 바랍니다.

    사실 정진영씨도 변희재씨와 같은 학교 국문과를 나오셨죠. 설마 변희재씨가 자신은 대학 졸업 이후 사회에서 열심히 독학했다는 논점도 될 수 없는 수준 미달의 얘기 같은 건 안 했으면 좋겠네요.

    본론보다 서론이 조금 길어졌는데요. 사실 본론은 짧습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이니까요. 프로에게는 모두 프로로서 합당한 윤리가 있으며 프로페셔널로서의 삶의 방식을 항상 지켜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본을 어겼을 때는 지탄받아 마땅할뿐더러 프로라고 얘기할 수도 없겠죠.

    예를들어 작사·작곡가인 저라면 감각이 녹슬지 않도록 항상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고 공부하며 동시에 대중의 요구를 예측하여 본인들도 모르지만 갈망하고 있는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야겠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때로 잠을 아끼고 건강을 다쳐가면서도 작업에 몰두해야 할 때도 있고 대중에게 외면 받아 실패할지도 모르는 모험을 감수하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기도 합니다.

    그럼 프로 지식인의 기본 윤리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어떠한 탄압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사회의 부조리와 악에 대해서 소신껏 비판하는 것입니다.

    지식인이란 사실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 쓸모 없는 존재에 다름 없음에도 사회가 공공의 비용으로 키우고 유지하는 이유는 이런 건전한 비판이야말로 올바른 사회에 필요 불가결한 것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러한 건전한 비판은 기본적인 사실 관계를 왜곡하거나 모르는 것에 대해 추측하는 것을 배제할 때만이 가능합니다.

    그런 면에서 변희재씨의 이번 발언은 사실관계를 왜곡했을 뿐더러 추측으로 일관하고 있는 불건전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며 그렇기에 이 주장에 근거한 모든 비판 전체가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할 수 있겠죠.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이런 프로로서의 기본 윤리조차 안 지키는 분이 버젓이 논객이라는 이름을 달고 활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프로는 아름답다'는 말은 괜히 있는 게 아닙니다. 프로가 되는 것도 어렵지만 프로로 살아가는 것은 더 어렵기에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고라도 기본적인 책무를 감내할 때 프로로서 아름다운 겁니다. 변희재 같은 분들이 더 이상 프로인 양 활동하지 않는 사회가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 작곡가 방시혁은?
    1972년 서울 출생. 경기고· 서울대 미학과 졸업. 대학 3년 때까지 교수를 꿈꿨으나 중학교 때 배운 기타가 인생을 꼬이게 해 작곡의 길로 들어섰다. 제 6회 유재하 가요제에서 동상 수상, 박진영의 스카우트로 JYP엔터테인먼트의 원년 멤버가 됐다. 박진영·god·박지윤·비 등의 앨범 작업에 참여했고 2005년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설립, 임정희·바나나걸·에이트 등을 배출했다. 백지영의 '총맞은 것처럼'이 최고 빅히트작. 영원히 행복한 작곡가로 남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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