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매니저] 특급 외국인 선수를 뽑는 방법

    [프로야구 매니저] 특급 외국인 선수를 뽑는 방법

    [일간스포츠] 입력 2010.04.13 09:57 수정 2010.04.13 14:30
    글자크기
    글자크기 키우기 글자크기 줄이기
    1997년. 해태가 우승을 차지한 마지막 시즌이다.
    1998년. 현대 유니콘스가 창단 첫 우승을 달성한 해다.

    1997년에서 1998년으로 넘어가는 사이에, 프로야구에는 경천동지할 변화가 생겼다. 처음으로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제도 시행 첫 해, 현대는 쿨바(26홈런 97타점)와 스트롱(6승 27세이브)를 뽑았다. 반면 해태가 뽑은 외국인 선수는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인 숀 헤어. 해태 왕조가 막을 내리고, 현대 왕조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이후 구단들은 경쟁적으로 외국인 선수 영입전에 나섰다. 1999년 한화(로마이어, 데이비스)과 2001년 두산(우즈), 2002년 삼성(엘비라, 브리또) 등 우승팀에는 언제나 최고의 외국인 선수가 함께 했다. 반면 부시, 포조, 해처, 브링클리 같은 외국 일반인에게 돈도 주고 관광도 시켜주고 야구도 가르쳐준 팀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렇다면 좋은 외국인 선수를 뽑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외국인 선수가 프로야구에 와서 어떤 성적을 낼지 정확하게 예측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훌리오 프랑코나 페타지니처럼 해외에서의 좋은 성적이 그대로 이어진 예도 있지만, 반대로 삼성 트로이 오리어리(a.k.a 어리버리)나 LG 알 마틴처럼 미국 시절 명성을 깎아먹은 사례도 수두룩하다. 타고난 재능이나 기술과 한국 리그에서의 성공은 별개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한 야구 관계자는 “선수의 기술적인 능력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인성이나 친화력, 다른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아무리 기량이 출중한 선수라도 다른 문화에 적응하는 데 서툴거나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면 좋은 활약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두산이 외국인 선수를 데려올 때 ‘성격’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 이유이기도 하다. 2007년 이전까지 두산은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에 가장 능한 구단으로 꼽혔다.

    기량만을 믿고 뽑았다가 실패한 대표적인 예가 앞서 언급한 트로이 오리어리다. 메이저리그 시절만 해도 오리어리는 3할 타율과 20홈런 이상을 두 차례, 100타점을 한 차례 이상 기록한 강타자였다. 하지만 삼성에 와서는 타율 .265에 10홈런 23타점을 치는데 그치며 부진했다. 낯선 한국 문화와 음식에 적응하지 못한데다 계속되는 불평과 짜증으로 팀에서 미운 털이 박힌 탓이다. 결국 오리어리는 한 시즌을 다 채우지 못하고 퇴출됐다.

    KIA가 2008년 영입한 내야수 발데스도 비슷한 경우다. 빅리그 출신의 발데스는 한국 생활 내내 향수병과 외로움에 시달렸다. 한 기자의 말에 따르면 “발데스가 밤에 광주 시내를 혼자 돌아다니는데 아무도 알아보는 사람이 없더라. 데리러 온 구단 직원을 따라 숙소로 돌아가는 그의 모습이 몹시 쓸쓸하게 보였다”고 한다. 그가 얼마 후 퇴출된 건 당연한 얘기다.

    두산에서 프런트를 역임한 구경백 사단법인 일구회 사무총장은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시 반드시 살펴봐야 할 주의사항”으로 다음 7가지를 거론하고 있다.

    첫째, 부상의 우려는 없는가. 올 시즌 KIA가 뽑은 리카르도 로드리게스가 여기에 속한다. 그의 퇴출은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 양성반응이 나타난 게 결정적이었지만, 그에 앞서 3개월 이상의 재활을 필요로 하는 큰 부상이 있었다. 로드리게스는 미국 시절에도 같은 부위에 부상을 당한 경력이 있는 선수. 덕분에 KIA의 시즌 초반 선발진 운용에도 큰 차질이 생겼다.

    둘째, 알콜 중독자는 아닌가. 안 마시면 제일 좋고, 마시더라도 작작 마시는지 살펴봐야 한다. 선동열이나 허재 같은 초인들은 100년에 한번만 나오는 법이다.

    셋째, 마약을 상습적으로 복용하는가. 프로야구는 아직 드러난 사례가 없지만, 프로농구의 경우 몇몇 외국인 선수가 마약 문제로 리그에서 퇴출된 바 있다. 특히 외국인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이 마약의 온상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잘못하면 선수 개인은 물론 팀 전체의 도덕성까지 타격을 입을 수도 있기에 주의깊이 살펴야 할 부분이다.

    넷째, 도박 애호가는 아닌가. 프로야구에서도 한 때 일부 선수들이 도박 문제로 물의를 빚은 일이 있다. 또한 몇몇 노장 선수는 후배들로부터 상대팀에 사인을 알려준다는 의혹을 사기도 했고, 이로 인해 동료들이 함께 출전하기를 꺼려하거나 배터리를 이루기를 거부하는 일도 빚어졌다. 역시 면밀하게 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다섯째, 이혼 위기에 놓여있지 않은가. 2001년 한화에서 뛴 호세 누네스가 여기에 해당된다. 일본 다이에에서 활약한 누네스는 입단 당시 145km/h 빠른볼과 싱커, 슬라이더를 구사하는 선수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를 데리고 한국에 들어왔다는 게 문제였다. 결국 이를 눈치챈 본처가 누네스의 한국 숙소를 급습했고, 이혼 소송을 겁낸 누네스는 아내를 달래려고 미국과 한국을 계속 오가다 퇴출됐다. 그 사이 한화의 성적은...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여섯째, 재판이나 소송에 휘말려 있지 않은가. 이 역시 앞의 ‘이혼 문제’와 비슷한 이유다. 송사에 휘말린 선수는 거기에 신경을 쓰느라 제대로 된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다. 재판 문제로 본국을 드나드느라, 아니면 금전적인 문제로 팀과 동료들에 해를 끼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구단이 오직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선수를 데려와야 하는 이유다.

    일곱째, 동성애자는 아닌가. 남자들의 단체 스포츠인 야구의 특성상 동성애자의 존재가 팀에 플러스 요소가 될 리는 만무한 일이다. 게다가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 선수의 동성애가 밝혀질 경우, 구단 이미지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지난해도 한 외국인 투수를 놓고 동성애 의혹이 제기된 적이 있는데, 다행히 현재는 사실무근으로 밝혀진 상태다. 만약 사실로 드러났다면, 해당 팀은 엄청난 타격을 입었을지도 모른다.

    이외에도 구 사무총장은 “외국인 제도 도입 첫해 OB가 뽑은 타이론 우즈의 성공사례”를 주목할 것을 권한다. 1998년 데뷔한 우즈는 2001년까지 4년 연속 +30홈런, +100타점을 올리며 ‘역대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활약한 선수다. 당시 OB의 스카우트팀 소속이던 구 총장은 트라이아웃 대상자들의 숙소에서 선수들을 관찰하다 혼자 늦은 시각까지 스윙 연습을 하는 우즈를 포착했다. 그리고 개인 면담을 한 결과, 우즈가 한국 야구에 도전하려는 강한 의지를 지녔다는 점을 알게 된다.

    “우즈가 한국에 가려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나이가 많아서 더 이상 메이저리그 진출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에서 성공을 거두면 메이저리그에서도 관심을 갖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구 총장의 설명이다.

    그의 강한 의지와 목표의식을 알게 된 OB 스카우트팀은, 다른 팀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우즈를 초대 외국인 선수로 과감하게 영입했다. 그리고 그 해 우즈는 42홈런으로 장종훈의 한시즌 최다홈런 신기록을 갈아치운 것은 물론 .305의 타율에 103타점을 올리는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만약 OB가 선수의 겉으로 보이는 기술이나 이름값에만 주목했다면 선택은 우즈가 아닌 맷 부시나 숀 헤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전설이 된 ‘우동수 트리오’의 탄생은 물론, 2001년의 기적같은 한국시리즈 우승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두산이 우즈, 리오스, 랜들, 레스 등의 영입으로 쏠쏠한 재미를 보는 동안, 이웃 LG는 무려 30명의 외국 관광객을 데려왔지만 성공 사례는 해리거(17승)와 페타지니 뿐이었다는 것도 흥미롭다. 이는 그대로 두 팀의 순위에 반영됐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그렇게 외국인 선수 영입을 잘 하던 두산이 최근 몇 년 동안은 레이어나 왓슨 등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출연자’를 데려왔다는 점이다. 지난해만 해도 ‘외국인 선수’를 데려왔다면, 두산은 충분히 한국시리즈의 주역이 될 수 있었다. 새 외국인 선수 히메네즈의 활약(3경기 3승)에 주목해야 하는 건 그래서다. 물론 동전의 뒷면에는 ‘혹시나가 역시나인’ 왈론드가 있기는 하지만.

    지난해까지 프로야구를 거쳐간 외국인 선수의 수는 281명. 하지만 그 중에 지금까지 팬들의 기억에 남아 있는 선수는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외국인 선수 영입의 실패는 단순히 달러 낭비의 차원을 넘어, 팀의 1년 농사를 망치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해태 왕조의 몰락은 외국인 선수 제도의 도입과 함께 시작됐다. 하지만 KIA의 왕조 복귀가 가능했던 건 로페즈-구톰슨이라는 특급 외국인 선수 덕분이었다. 이왕 뽑으려면 노란 머리 일반인이 아닌 제대로 된 ‘선수’를 뽑아야 하는 이유다.



    글 : <야구라> 배지헌 (yagoora.textcube.com)
    제공 : 프로야구단 운영 시뮬레이션 게임 프로야구 매니저 (bm.gametree.co.kr)

    [프로야구 매니저] 프런트路 - 구경백, 프로야구는 로또가 아니다 (2)
    [프로야구 매니저] 성공하는 감독의 조건
    [프로야구 매니저] 프런트路 - 구경백, 팀 성적을 알려면 프런트를 보라 (1)
    [프로야구 매니저] OB의 재구성 - 1994년 LG 트윈스 (투수편)
    [프로야구 매니저] 프런트와 현장의 역학관계
    [프로야구 매니저] OB의 재구성, 1994년 LG 트윈스 (타자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