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매니저] 로페즈로 보는 외국인 투수 2년차 징크스

    [프로야구 매니저] 로페즈로 보는 외국인 투수 2년차 징크스

    [일간스포츠] 입력 2010.07.0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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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로페즈가 정말로 작년 그 로페즈가 맞나?”

    요즘 KIA 외국인 투수 아킬리노 로페즈가 등판할 때마다 야구장 곳곳에서 들을 수 있는 얘기다. 30일 현재까지 로페즈의 성적은 14경기 선발로 나서 1승 7패. 지난해 3.12로 수준급이었던 평균자책은 5.86으로 껑충 뒨 반면, 18차례에 달하던 퀄리티 스타트는 고작 4번을 기록하는 데 그치고 있다. 성적만 봐선 전설의 투수 ‘탐 션’이 가면을 쓰고 돌아왔다고 해도 믿어질 정도.

    재미있는 것은 한국무대 2년차에 급격한 추락을 경험한 외국인 투수가 로페즈 하나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랜들이나 레스, 올 시즌의 카도쿠라처럼 2년째에 더 좋은 성적을 기록한 선수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의 외국인 투수들은 지독한 ‘2년차 징크스’에 곤욕을 치러야 했다.

    외국인 투수 2년차 잔혹사

    에밀리아노 기론(롯데) - 첫해 5승 1패 2세이브 평균자책 3.30 피안타율 .219
    2년차 10승 8패 피홈런 21 평균자책 5.01 피안타율 .282

    마크 키퍼(KIA, 두산) - 첫해 19승 9패 탈삼진 135 평균자책 3.34 피안타율 .233
    2년차 8승 7패 탈삼진 77 평균자책 3.79 피안타율 .254

    대니 해리거(LG) - 첫해 17승 10패 탈삼진 162 평균자책 3.12 피안타율 .234
    2년차 8승 11패 탈삼진 104 평균자책 4.62 피안타율 .262

    에르난데스(SK) - 첫해 14승 13패 233.2이닝 탈삼진 215
    2년차 2승 44.2이닝 탈삼진 45

    케니 레이번(SK) - 첫해 17승 8패 평균자책 3.27 피안타율 .246
    2년차 5승 3패 평균자책 3.30 피안타율 .260

    스코비(KIA, 히어로즈) - 첫해 8승 10패 평균자책 3.92
    2년차 2승 5패 평균자책 6.95

    마이크 파머(두산) - 첫해 10승 9패 평균자책 4.54
    2년차 1승 2패 평균자책 9.00

    나르시소 엘비라(삼성) - 첫해 13승 6패 평균자책 2.50
    2년차 1승 1패 평균자책 7.06

    앤더슨(LG, 쌍방울) - 첫해 4승 21세이브 평균자책 3.56 피안타율 .252
    2년차 2승 9패 평균자책 6.75 피안타율 .332

    이외에도 삼성에서 뛴 제이미 브라운은 2년차 시즌 전반기에 극심한 부진을 보이며 퇴출 위기까지 내몰린 바 있고, 동료였던 하리칼라는 2005 시즌 막판 합류해 2006년까지는 비교적 무난한 성적을 거뒀지만 LG로 이적한 풀타임 2년차 시즌(2007년)에 무너졌다. 올 시즌 역시 로페즈 외에도 게리 글로버(SK), 크루세타(삼성) 등이 지난해보다 크게 부진한 투구로 구단의 골치를 아프게 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많은 외국인 투수가 풀타임 2년째에 부진을 겪는 이유는 무엇일까? 선수마다 각기 다른 사정과 이유가 있겠지만,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로페즈의 경우를 통해서 살펴보자.

    첫째는 무리한 투구로 인한 구위 하락이다. 상당수의 외국인 투수가 이 같은 문제를 경험하는데, 로페즈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지난 시즌 로페즈는 29경기에 선발로 나서 190.1이닝을 투구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3경기 출전해 17.2이닝을 던지는 강행군을 펼쳤다. 그뿐 아니라 겨울에는 구단의 만류에도 고국인 도미니카 공화국의 독립리그에 출전해 쉼없이 공을 던졌다.

    문제는 한국 진출 이전까지 로페즈는 미국에서 주로 불펜 투수로 활약했다는 점. 2007년에는 마이너와 메이저를 오가며 71이닝을 던졌고, 2008년에도 89.2이닝을 던진 게 전부다. 한 시즌 내내 선발로 출전하며 200이닝 이상을 던진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어깨에 무리가 생긴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구위의 하락은 피홈런의 급증으로 나타나고 있다. 작년 200이닝 가까이 던지는 동안 6개 홈런만을 허용했던 로페즈는 올해 들어 벌써 16개의 홈런을 얻어맞고 있다. 작년 150km/h에 가깝던 빠른 볼 구속도 올해는 140km/h 초반이 고작이다.

    무엇보다 육안으로 보이는 공 끝의 움직임이 지난해보다 훨씬 밋밋하다는 게 대부분의 평가다. “팔 각도가 작년보다 쳐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어깨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증거다.” 한 해설위원의 말이다. 실제로 올 시즌 초 로페즈는 어깨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선발 등판을 한 차례 거르기도 했다.

    두 번째 원인은 투구패턴의 노출이다. LG에서 활약한 해리거, 삼성에서 뛴 엘비라 등이 애를 먹었던 이 문제가 올 시즌 로페즈를 괴롭히고 있다. 알려진 대로 로페즈의 투구패턴은 싱킹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위주의 다소 단조로운 배합. 하지만 지난해는 워낙 구위가 뛰어난데다 한동안 사멸됐던 싱킹 패스트볼의 ‘생소함’까지 더해지며 타자들이 공략에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이에 겨우내 각 구단은 싱커와 투심 패스트볼 공략을 위해 집중적으로 대비했고, 그 결과는 올 시즌 초반 싱커를 무기로 등장한 외국인 투수들의 집단 몰락으로 연결됐다. 그나마 사도스키와 히메네스가 한국 무대에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각 구단이 당초 기대한 ‘제 2의 로페즈’는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자만’이다. 대체로 2년차에 좋은 성적을 낸 외국인 투수들을 보면, 첫 해에는 국내 무대 적응에 애를 먹으며 고전한 선수가 상당수다. 반면 데뷔 시즌에 큰 성공을 거둔 선수들은 한국 야구를 얕보는 경향을 보이게 되기 쉽다. 이에 따라 겸손하던 선수가 이듬해는 오만불손한 캐릭터로 변신해서 돌아오거나, 전에는 잘 하던 훈련이나 몸 관리를 등한히 하는 경우가 나타나곤 한다. 국내 코치진의 말을 무시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게다가 최근에는 국내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 외국인 선수를 일본에서 채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면서, 국내 구단들이 재계약 협상에서 더욱 저자세로 나서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가뜩이나 콧대가 높아진 외국인 선수를 더욱 안하무인으로 만드는 원인. 이는 다른 선수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고 결국에는 팀 전체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다.

    로페즈의 경우 지난 시즌에는 훌륭한 매너와 성실성, 마운드에서 냉정을 잃지 않는 모습으로 신뢰를 주었던 선수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유독 감정 조절에 실패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면서 구단은 물론 팬들에게도 실망을 주고 있다. 화를 참지 못하고 ‘되는대로’ 공을 던지다 경기를 망치는가 하면, 동료의 잘못으로 자신의 승리가 날아가기라도 하면 덕아웃에서 난동을 피우기가 일쑤다.

    30일 SK전에서도 로페즈는 또 한 번 폭발했다. 7이닝 2실점으로 오랜만에 호투하고 내려갔지만 불펜 방화와 수비 실수로 승리가 날아간 것. 조금 뒤 KIA 덕아웃에서는 감독과 동료들이 뻔히 지켜보는 앞에서 의자를 집어던지며 분노를 쏟아내는 로페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의 화풀이가 팀을 연패에서 구하지 못한 아쉬움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과연 남은 기간 로페즈는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까. 올 시즌 그가 구위 하락-투구패턴 노출-멘탈 문제 등 ‘2년차 징크스 3종세트’를 한꺼번에 겪고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과거 2년차 징크스를 겪은 외국인 투수들의 성적은 대체로 팀의 운명과 궤를 같이 했다. 어쩌면 KIA가 최근 로페즈에게 보낸 ‘경고’는 너무 때늦은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더 이상 교체할 외국인 카드도 남아있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글 : <야구라> 배지헌 (www.yagoor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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