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승부조작 의혹, 공론화한 까닭은?

K-리그 승부조작 의혹, 공론화한 까닭은?

[일간스포츠] 입력 2011.05.07 07:00수정 2011.05.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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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는 지난해 여름부터 K-리그 선수 사이에 사설 토토가 널리 성행하고 있고, 심지어 승부 조작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승부 조작 브로커로부터 돈을 받고도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 선수 A가 조폭으로부터 협박을 받고, 결국 동료에게도 승부 조작에 가담해줄 것을 호소했다는 믿기 힘든 내용이었다. 승부 조작은 K-리그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사안이고,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는 핑계로 취재를 중간에서 접었다.

취재를 접은 후에도 계속해서 사설 토토와 승부 조작과 관련된 루머를 프로축구 선수, 에이전트들로부터 들었다. 다년간 취재하면서 서로 신뢰 관계를 형성한 취재원들이었다. 어떤 선수는 “난 승부 조작과 관련이 없는데도 자꾸 동료로부터 의심을 받는다. 차라리 누가 승부 조작을 하는 지 시원하게 밝혀졌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 그래도 일간스포츠는 이를 공론화하지 않았다. 그때도 ‘그렇지 않아도 척박한 K-리그를 더 황폐화 시킬 수 있는 사안’이라는 핑계를 대고 보도를 회피했다. 언론은 수사권이 없다. 경찰도 검찰도 아니다. ‘문제가 생기면 그때 보도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K-리그 팬들과 일부 축구인들로부터 ‘일간스포츠가 어이없는 의혹을 제기해 축구판을 망친다’고 비난받을 지도 모른다는 게 두렵기도 했다.

앞길이 창창한 한 선수가 죽었다. 누가 윤기원을 죽였는가. 만일 지난해 일간스포츠가 용감하게 승부 조작 문제를 제기했다면 윤기원의 죽음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일간스포츠 역시 윤기원의 죽음을 방조한 공범일지도 모른다. 일간스포츠는 윤기원이 정말 승부 조작 때문에 죽음에 이르렀는지 확신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부 조작 문제를 공론화하기로 한 것은 이같은 반성 때문이다.

윤기원의 죽음을 두고 많은 축구인들이 “배후에 승부 조작이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윤기원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면 우리 모두 조금 더 솔직해지고, 용감해져야 한다.

이해준 스포츠1팀장 [hjlee7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