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132구’를 통해 본 ‘한계 투구수’ 정의

    류현진의 ‘132구’를 통해 본 ‘한계 투구수’ 정의

    [일간스포츠] 입력 2012.09.07 09:46 수정 2012.09.0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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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에이스' 류현진(25)은 6일 대전 롯데전에서 8이닝 동안 132개의 공을 뿌렸다. 올 시즌 8개 구단 투수 중 한 경기 최다 투구수다. 종전 올 시즌 기록은 지난 달 21일 삼성 장원삼의 130개였다. 이날 8회 2사 후 송진우 한화 투수코치는 마운드에 올라가 121개의 공을 던진 류현진에게 "괜찮냐"고 물었다. 이때 포수 신경현이 "아직 현진이의 공이 좋다"고 송 코치에게 귀띔했고, 류현진 역시 던질 수 있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마운드에 남은 류현진은 두 타자를 더 상대하고 8회를 끝까지 책임졌다. 마지막 타자 황재균에게 시속 148~149㎞의 공을 뿌리는 등 힘이 떨어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경기 후 류현진은 "8회에도 힘이 들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근 프로야구 감독을 비롯한 야구인들은 투수들의 한계 투구수를 두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선동열 KIA 감독은 "왜 선발 투수의 한계 투구수는 100개인가"라고 꼬집었다. 류중일 삼성 감독도 "언제부터 선발 교체를 100구만에 했나"라고 반문했다. 윤석환 SBS ESPN 해설위원은 "요즘 선발 투수들은 투구수가 100개를 넘어가면 더그아웃부터 쳐다본다"고 씁쓸해했다.

    야구 선배들은 과거에 비해 투수들이 전반적으로 약해졌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선발 투수들이 투구수 100개를 넘기면 스스로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투수 분업화로 인해 불펜과 마무리 보직이 강화된 것도 선발 투수들을 한계 투구수에 갇히게 만들었다.

    선발이 투구수 100개를 넘기면 감독들은 투수 교체를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이때 중요시하는 건 투구수가 아닌 투구 내용이다. 류 감독은 "직구가 높게 뜨거나, 변화구가 지나치게 땅에 꽂히면 교체를 준비한다. 투구수는 투수에 따라 기준이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장원삼이 130개의 공을 던진 것을 두고 "아직 힘이 남아 있다고 했고, 마지막까지 공 끝이 좋았다"고 밝혔다. 선 감독은 "한계 투구수가 어떻게 모두에게 똑같겠는가. 100개 던질 수 있는 투수가 있는가 하면. 150개 던질 수 있는 투수도 있다. 그것을 다 거의 비슷하다고 보는 건 맞지 않다"고 했다. 25년 전 기록이긴 하지만 선 감독은 선수 시절 역대 한 경기 최다인 232개(1987년 5월16일 사직 롯데전)을 던지기도 했다. 연장 15회까지 치러진 이날 경기에서 상대 선발 최동원은 209개의 공을 던졌다.

    결국 투수들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한계 투구수를 획일화하기는 어렵다. 100개가 한계인 선수가 있는 반면 몸 상태가 좋을 경우 140~150개의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가 있다는 얘기다. 송진우 코치는 류현진의 예를 통해 한계 투구수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 송 코치는 "현진이 정도의 투수는 130개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며 "대신 탈이 나지 않게 하기 위해 많이 던지고 난 뒤 관리를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진이는 '에이스' 아닌가. 경기를 책임질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투수 교체를 할 때는 투구수가 아니라 공의 상태를 보는 것이 우선이다. 물론 끝까지 공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유병민 기자 yuball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