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구장 ‘레이저 공격’, 야구의 품격을 떨어뜨린다

사직구장 ‘레이저 공격’, 야구의 품격을 떨어뜨린다

[일간스포츠] 입력 2012.09.20 10:26
글자크기 글자 크게글자 작게


일그러진 '팬심'이 프로야구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롯데와 SK가 2위 자리를 놓고 한 판 승부를 벌인 19일 부산 사직구장. 선발 윤희상의 호투와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운 원정팀 SK가 7-0의 승리를 거뒀고, 경기 후 이만수(54) SK 감독은 그라운드로 나와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이때 이 감독의 얼굴로 초록색 레이저가 발사됐다. 1분여간 지속됐고 한동안 이 감독의 눈을 직접 공략하기도 했다. 지름이 10cm에 가까울 만큼 크고 강력한 레이저였다. 하이파이브를 나누던 선수들은 놀란 표정으로 레이저가 시작된 1루쪽 홈 관중석을 바라봤다. SK 안치용은 1루 관중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레이저 공격을 멈춰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하이파이브가 끝날 때까지 공격은 멈추지 않았고, 이 장면은 중계방송 화면에 고스란히 잡혔다.

강력한 레이저는 신체의 작은 부분을 절단할 때 사용된다. 안과수술에서 망막과 같은 예민한 부분을 섬세하게 잘라낼 때 쓰이기도 한다. 강력한 만큼 위험하다. 강한 레이저가 오랜 시간 눈에 닿는다면 망막에 화상을 입어 자칫 시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눈을 공격당한 이 감독에게도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었다.

사직구장의 레이저 공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10월9일 롯데-삼성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때 삼성 투수 정현욱이 롯데팬으로부터 레이저 공격을 당했다. 레이저를 맞은 정현욱은 투구에 어려움을 호소했고, 포수 진갑용과 당시 삼성 사령탑인 선동열 감독이 어필을 해 잠시 경기가 중단됐다.

지난 2008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2차전(롯데-삼성전)에서 경기 중 관중석에서 포수에게 레이저를 쏘며 수비를 방해하자 선동렬 감독이 전일수 주심에게 어필하고 있다.


당시 선 감독은 경기 후 관중석의 레이저 공격에 대해 "전날부터 그런 방해가 있었다. 관중석에서 계속 레이저 포인터를 쏴 투수들이 지장을 많이 받았다"면서 "일본의 경우, 적발되면 아예 퇴장시킨다. 팬들이 선수를 보호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위험성이 높은 레이저 공격이지만,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미비하다. 야구장 입장권 뒷면에 인쇄된 약관에는 '경기 중 어떤 식으로든 방해되는 행위를 하면 퇴장당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경기 중 발생한 레이저 공격을 방해 행위로 간주해 퇴장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19일 사례와 같이 경기 후에 일어난 레이저 공격에 대해선 마땅한 처벌 조항이 없다.

롯데 관계자는 "경기 중이었으면 제재할 방안이 있지만 경기가 끝난 뒤라 처벌이 힘들다"며 "사실상 법적 처벌을 하기 위해서는 레이저 공격을 당한 이 감독이 경찰에 수사를 요청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롯데와 SK는 다가오는 포스트시즌에서 맞대결을 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 '가을 잔치'를 앞두고 팬들의 성숙한 응원 문화가 요구되고 있다.

유병민 기자 yuball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