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정명원-김경원 코치의 ‘홍상삼 길들이기’

    두산 정명원-김경원 코치의 ‘홍상삼 길들이기’

    [일간스포츠] 입력 2012.09.2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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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욱(52) 두산 감독은 홍상삼(22)만 보면 묘한 미소를 짓는다. "'홍삼이(별명)' 저놈은 순전히 다 뻥이야." 어딘지 모르게 게으르고 장난 같은데 자기 몫은 꼬박꼬박 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4년차 오른손 투수 홍상삼은 2009년 데뷔 첫 해 9승6패 평균자책점 5.23을 기록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러나 부진과 슬럼프로 주로 2군에 머물렀다. 그의 이름 뒤에는 "게으르다. 스타의식이 있다. 첫 해 '반짝'하더니 마인드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따라붙었다. 홍상삼 자신도 "그동안 내가 너무 건방을 떨었다"고 고백했다.

    2012년, '홍삼이'가 달라졌다. 20일까지 48경기에서 5승2패19홀드(1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58⅔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은 1.99로 낮다. 특히 지난 18일 광주 KIA전에서는 양팀이 2-2 동점으로 맞서던 9회말부터 등판해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타이트한 상황이었지만, 마운드에서 여유가 넘쳤다.

    코치들의 맞춤형 지도가 있었다. 정명원(46) 두산 투수 코치는 "(홍)상삼이의 문제점은 마인드였다.공보다는 심리 상태를 바꿔놔야 했다"고 말했다. 어린 선수의 스타 의식을 인정했다. 그는 "스타가 되고 싶은 것은 그만큼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다는 의미다. 실제로 상삼이는 코치든 팬이든 주변 관심이 떨어진다 싶으면 의기소침해 진다"고 분석했다.

    정 코치는 "사람 없는 퓨처스리그 구장과, 잠실은 완전히 다르다. 잘 던지고 온 상삼이에게 '너 여기서 또 놀면 네 밥그릇 남이 가져간다. 봐라 김강률도 얼마나 잘 던지잖냐. 찬스를 살려라'고 말했다"며 "눈빛이 달라지더라. 다시 주목받으면서, 그 자리의 소중함을 안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경원 두산 2군 투수코치의 'CCTV'를 방불케하는 감시도 효과를 봤다. 지난해 10월 두산 코칭스태프로 합류한 김 코치는 "그동안 두산 코치진을 상삼이의 캐릭터를 알고 받아줬다. 나는 작년에 처음 본 선수였다. 잘못된 점은 모두 지적하고, 바로 잡았다"고 했다. 2군 선수들은 오전 10시면 이천구장에 도착한다. 철저하게 '아침형 인간'이 돼야 한다. 김 코치는 "지각을 하면 우선 무서운 눈빛부터 보냈다. 이후 전날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뭘 먹었는지, 언제 귀가했는지, 누구와 있었는지를 캐물었다. 나중에는 묻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실토하더라"고 전했다.

    스승들의 눈물겨운 '상삼이 길들이기'를 알긴 하는 걸까. 홍상삼은 "2군에서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 훈련량도 더 많다. 1군에 오고 싶었다. 특히 김경원 투수 코치님의 잔소리를 피하려고 이를 악물고 던졌는데 결과가 좋았다"며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이야기를 전해들은 김경원 코치는 흐뭇해했다. "이놈아. 그렇게라도 잘 던져줘서 고맙다. 2군 선수가 1군에서 잘 던져주는 걸 보는 게 우리 낙이란다."

    서지영 기자saltdoll@joongang.co.kr